[여기 어때?] "부산 기장 칠암 뻥튀기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맛집인걸요~"
[여기 어때?] "부산 기장 칠암 뻥튀기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맛집인걸요~"
  • 박서은
  • 승인 2019.01.07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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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칠암서 뻥튀기 장사 터줏대감
무설탕에도 달달함 자랑하는 오곡뻥튀기
커피 한 잔 여유에 뻥튀기 한 입 재미도

[컨슈머데이터뉴스 박서은 기자]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던 어느 9월, 부산에 들렀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창문을 내리니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대로 올라가기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자기야, 우리 인근에 구경할 곳 있으면 갔다 갈래?" 

"완전 좋지~ 가자! 내가 찾아볼게 ㅎㅎ"

아내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를만한 동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내 아내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를 찾아냈다. 예로부터 이곳은 인근 바다에서 붕장어가 많이 잡혀 붕장어 회가 유명하다고 했다. 또 마을 앞에 7개의 검은 바위가 있어 칠암(七巖)이라는 속설도 있다.

아내와 나는 바다와 더불어 신기한 돌도 보고 맛집까지 둘러볼 생각에 출발 전부터 흥이나기 시작했다. 핸들을 돌려 곧장 기장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칠암에서 유명하다는 붕장어 회를 먹기 위해 횟집을 둘러봤다. 한 1~2km쯤 횟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어딜 들어가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추가네 횟집'이 눈에 띄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주문을 하기 위해 주문서를 보니 '추가네'로 삼행시를 지은 재치있는 푯말이 보였다. ['추'가네에서 회나 구이를 먹다가 맛이 없으면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 하이소, '네' 말 한 번 믿어 보이소~]란다. 

붕장어 회 소(小)짜를 시켰다. 양은 두 명이서 먹기 넉넉했다. 회를 입에 넣는 순간 쫀득쫀득한 식감이 맴돌았다. 운전만 아니었으면 소주 한 잔이 절실하게 그리운 순간이었다. 주인장 삼행시대로 이 회를 먹고 경찰서에 신고할 일은 아마도 절대 없을 것 같았다. 

식사를 시작한지 약 30분 남짓 지났을까. 곤히 잠자던 아들내미가 깨버렸다. 아들은 이제 막 돌 지난 아기다. 한참을 울어 재끼자 우리 부부는 멘붕에 빠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들이 평소 좋아하는 과자도 다 떨어졌다. 

한참 가방을 뒤적거렸더니 식당 주인이 "뭘 찾느냐"며 말을 걸었다. 아기 과자를 찾는다고 답하자 "저~기 뻥튀기 맛있는 곳 있어, 거기 한 번 가 봐~ 애기들도 엄청 좋아할꺼야"라며 손가락으로 수협 앞 주차장 쪽을 가르켰다. 

밥먹다 부랴부랴 식당 주인이 알려준 곳으로 달려갔다. 주차장 한 켠에 생선 말린 것, 미역, 다시마 등 제사상에 올라가는 오만가지 먹거리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신나는 뽕짝 노래가 흘러나오는 트럭 주위로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바로 식당 주인이 말한 뻥튀기 가게였다. 트럭에 한가득 쌀이 실려 있었고, 옆으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형형색색 바람개비가 꽂혀 있었다. 딱 봐도 풍채 좋은 뻥튀기 사장님이 내게 다가왔다. 

"아재요~ 하나 먹어 보이소" 

쌀을 튀긴 뻥튀기 한 개를 인심 좋게 건넸다. 이제 막 만들어냈는지 따끈한게 맛있었다. 심지어 뻥튀기에서 단맛이 났다.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었다.

"사장님 혹시 여기에 설탕 들어갔어요?"

"아따야~ 여기에 현미, 보리, 옥수수까지 총 5가지 넣어서 튀겼다 아이가~! 우리집 오곡 뻥튀기는 고소함이 일품이다. 다른 뻥튀기랑 비교할 수가 없다. 함 묵어봐라~"

때마침 아내가 식당 계산을 하고 아들과 함께 뻥튀기 트럭 앞으로 왔다. 한 봉지를 사서 얼른 아들 입에 물려줬다. 살다살다 아들내미가 뻥튀기를 그렇게 환장하고 먹는 걸 처음봤다. 몇 봉지 더 사려고 하자 사장님은 "아들내미 귀엽네~ 요것도 줘라" 하시더니 뻥튀기 한 줌을 덤으로 주셨다. 이게 부산 인심인가 생각하자 마음까지 넉넉해졌다.

울어재끼던 아들을 오곡뻥튀기로 안심시키고 진이 빠진 아내와 인근 카페에 들어섰다. 의자에 앉아서 보니 하나둘씩 뻥튀기를 사들고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커피를 시키려고 줄을 서니 옆에 한 여성도 뻥튀기를 들고 있었다. 

"뻥튀기 맛있죠? 아들이 그 뻥튀기 잘 먹더라구요~"라고 물었다. 훈훈한 정을 보여줬던 그 아저씨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소소한 홍보를 해주려는 심산이었다. 그러자 그 여성은 "아 이 뻥튀기요~? 여기 맛집이에요, 아마 칠암에서 '뻥튀기 장사 아저씨'하면 다 아실껄요?"라고 답했다. 

이런걸 두고 '숨은 명물'이라고 했던가. 카페라떼 한 잔에 뻥튀기 한 입 먹으니 이보다 더 달달한 디저트는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이 뻥튀기를 사서 카페로 왔구나…'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바닷가로 나오자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뻥튀기를 들어올리자 갈매기 한 마리가 '훽'하고 낚아챘다. 하나 더 들어올리자 온갖 갈매기떼가 다 달려들었다. 아들내미는 그런 모습이 재미있는지 연신 뻥튀기를 꺼내들었다. 

붕장어회를 먹으러 왔다가 뻥튀기 하나로 우리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칠암리 뻥튀기 트럭과 붕장어 횟집. 어둠이 내리고 이내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나만의 '명물 리스트'에 두 곳이나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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