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톡톡] 성관계 동의 어플, 직접 실행해보니
[소비자 톡톡] 성관계 동의 어플, 직접 실행해보니
  • 박서준 기자
  • 승인 2019.10.15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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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열풍에 '성관계 동의 어플' 등장
다운로드 후 앱에서 동의하기 버튼만 누르면 끝
"法효력 없어, 강제 진행시 가중 처벌 받을수도"

[컨슈머데이터뉴스 박서준 기자] SNS를 뒤적거리던 중 황당한 글을 봤다. 미투(#Me Too) 열풍이 거세게 불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20대 사이에서 '성관계 동의 어플'이 심심치 않게 이용된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진짜 이런 어플이 있나' 눈을 의심했다. 그래서 들어가봤다.

설치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구글 플래이 스토어에서 관련 앱을 다운로드 받자 붉은색 배경에 대문짝만하게 '우리 사랑 할까요?'라는 문구가 보였다. '다음' 버튼을 누르자 카카오 접속을 동의하겠냐는 질문이 등장했다.

확인을 누르고 접속해보니, 성관계를 할 상대방의 카톡 아이디를 초대하라는 창이 떴다. 왠지 모르게 머뭇거리며 아내를 초대했다. 1:1 카톡방이 생성되면서, '우리 사랑할까요'라는 쪽지가 날라왔다. 하단에는 '사랑하러가기'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문구가 기재돼있었다. 

아내는 '이게 뭐냐'며 처음 마주한 상황에 당황해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라고 하자, 다음과 같은 계약서 한 부가 등장했다. 계약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계약 내용

상기 두 사람은 2018년 X월XX일 XX시XX분경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짐을 확인합니다.

1. 성관계에 강요, 협박, 약취, 유인, 매매춘 등의 사실이 없습니다.

2. 상호 민 형사상 성인임을 상대에게 고지하였습니다.

3. 피임은 두 사람이 공동으로 노력하며, 만일 임신이 되었을 경우에 공동의 책임으로 간주합니다.

4. 사진촬영, 녹음, 동영상 촬영등의 행위를 일체하지 않습니다.

5. 성관계는 일회성 만남을 원칙으로하며, 성관계와 관련하여 결혼 약혼등을 약속한 사실이 없음

6. 성관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하여 서신, SNS 유포, 인터넷게시등의 모든 방법을 통해 상대방의 가족 배우자 지인등에게 성관계 사실 혹은 이를 암시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7. 성관계를 빌미로 상대방에게 계속 만나줄 것 혹은 애인관계로 발전을 요구하거나, 상대방에게 성관계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강요하지 않습니다.

8. 만일 위 각 사항을 어겼을 시에는 상대방은 모든 민/형사 소송으로부터 면책권을 가지며 어긴 당사자는 金 일억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9. 이 표준계약서는 카카오톡을 통하여 서로의 신분을 확인 후 작성 된 정식 계약서입니다.

10. 서로의 이메일로만 기록됩니다.   

필자와 아내, 두 사람이 모두 확인버튼을 누르자 계약서 하단에 '상대방 동의를 기다리는 중입니다'에서 '상대방이 동의하셨습니다'로 변경됐다. 아울러 계약서 승인 내역이 담긴 이메일도 전송됐다. 생각보다 성관계 동의서 작성 방법은 상당히 간단했다.

이 앱은 24일 기준 약 1천명 가량의 유저가 다운로드 받았다. 해당 어플 개발자는 해당 앱에 대해 "억울한 일이나 무고한 일을 없애자는 뜻에서 만들었다"면서 "미투 운동의 잘못된 행태와 악용사례를 보며 억울한 부분을 앱으로나마 해소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합의하에 사랑을 하고도 다음날 불안할 때가 있지 않느냐"며 "이젠 앱을 통해 당당하게 사랑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성관계 동의 어플'을 두고 누리꾼의 반응은 상당히 차가운 듯 하다. 계약 내용이 '합의했으니 성관계 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남성은 죄가 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터치 한 번으로 계약서가 작성되는 간편한 시스템이 오히려 악용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이 여성의 휴대폰을 빼앗아 확인 버튼을 누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법인 한음 조현빈 형사전문변호사는 이와 관련,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별 탈 없는 원 나잇 스탠드를 꿈꾸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위 계약은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강요에 의한 작성일 경우에는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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