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N insight] 1년만에 217억 적자…이재용의 '쓰라린 기억'
[CDN insight] 1년만에 217억 적자…이재용의 '쓰라린 기억'
  • 박서준
  • 승인 2019.06.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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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시작한 e삼성·e삼성 인터내셔널, 1년만에 증발

[컨슈머데이터뉴스 박서준 기자] 1993년 6월 7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과 함께 계열사 사장들에게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신경영 선언'이라고도 불리는 이 혁신 의지는 그간 삼성이 수많은 굴곡을 거쳐 지금에 오기까지의 발판이 됐다.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앞둔 현재, 삼성은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메모리 반도체까지 위축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또 삼성 바이오로직수 분식회계 수사는 그룹 전반으로 확대돼 삼성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삼성은 최근 여러가지로 상당히 불안한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오히려 적극적인 경영 폭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선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임직원에게는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과거 야심차게 사업을 준비했다가 공중분해되면서 '무능한 황태자'라는 꼬리표를 받기도 했다. 무려 152억 원의 손해로 마침표를 찍은 이 부회장의 사업. 그를 진짜 사업가로 만들어 준 'e삼성 비즈니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자본금 400억, 호기롭게 등장한 'e 삼성 인터내셔널'

2000년 5월, 이재용 당시 상무보는 인터넷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e 삼성과 e삼성 인터네셔널을 설립했다. 자본금 400억 원을 투자해 만들어진 두 사업체는 삼성의 인터넷, 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인터넷 벤처 지주 기업이었다. 미국에서 공룡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한 AOL의 주가가 1000억 불을 호가하고, 크고 작은 IT 관련 회사들이 쉴세 없이 탄생하던 시기였다. 삼성의 이같은 사업 확장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사업체 설립 당시 출자자로 나섰다. 그는 국내 벤처 투자를 담당할 e삼성의 지분 60%, 해외 벤처 투자를 맡은 e삼성 인터내셔널의 지분 55%를 보유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인터넷벤처사업의 성과를 통해 그룹 승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있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한 관계자는 "e삼성이라는 벤처사업체를 출범시킨 이면에는 외부자금을 흡수하고 코스탁 활황에 기대서 미국 아마존식의 대박을 터뜨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두 사업체는 창설된 지 2달 만인 2000년 7월까지 오픈타이드코리아, 이누카, 가치네트 등 총 14개 인터넷 기업을 만들어내며 순항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 기술은 예상만큼 사용자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느린 서비스와 각종 문제들이 발생하며 웹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확대됐다. 인터넷 관련 사업이 주목 받을 것이라고 예측한 투자자들 덕분에 한동안 치솟았던 벤처기업 주가도 이내 추락하기 시작했다. 

■ 1년도 안 돼 217억 적자…진땀 흘린 이 부회장

투자한 회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e삼성과 6개 해외법인은 설립 첫 해인 2000년 총 141억 원의 적자를 보였다. e삼성 인터내셔널 역시 적자가 76억 원에 이르렀다. 결국 설립일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도 않은 2001년 3월, 이 부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모든 지분을 처분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후 e삼성 보유 주식 240만 주는 제일기획이 사들였고, e삼성 인터내셔널 보유 주식 480만 주 가운데 삼성 SDS가 300만 주, 삼성 SDI와 삼성 전기가 각각 90만 주를 사들이면서 두 사업체는 종적을 감췄다. 이 부회장의 경영 실패는 곧바로 비난으로 돌아왔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 타임스'는 "실패한 닷컴 기업을 살리는 쉬운 방법은 아빠 기업에 팔아넘기는 것"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비난이 끊이질 않자 "인터넷 사업 정리는 경영 수업에 전념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며 수습에 진땀을 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계열사 부당 지원이나 특혜는 없었다"며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적으로는 이 부회장의 책임은 없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뒷수습을 위해 두 사업체를 사들인 제일기획 등은 막심한 피해를 봤다. 참여연대 자료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사업상 별 관련도 없는 e삼성을 208억 4천만 원에 사들였으나 2004년 말 가치가 55억 7천만 원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152억 6천 만 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고 한다.

■ 실패 딛고 더 단단해진 이 부회장, 환골탈태할까

e 삼성 문제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승계 본격화 시기에도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2014년 당시 '실패의 결과물을 계열사에 떠넘긴 전력은 경영인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며 이 부회장의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이로 인해 2010년부터 호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이부전 신라호텔 사장이 이건희 회장 후계자로 더 적당하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e삼성과 e삼성 인터내셔널의 존속 사업체인 크레듀, 오픈타이드 코리아 등은 추후 성공적으로 사업에 안착해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두 사업체가 후속 투자 계획 없이 청산됐을 뿐 완전히 망한 사업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두 사업체가 이 부회장의 지울 수 없는 흑역사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시련을 딛고 진정한 사업가로 거듭난 이 부회장. 과연 그는 삼성 앞에 놓인 위기들을 어떻게 타개할 지, 전과 다른 위기 극복 능력으로 환골탈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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