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 전쟁, 중국만 어부지리 얻을 것" 닛케이·FT 경고
"한일 경제 전쟁, 중국만 어부지리 얻을 것" 닛케이·FT 경고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8.0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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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견제하려다 중국 기업 키워 한-일 IT산업 붕괴 우려
한·일, 반도체 분업화 체제 무너져… 중국, 분열 틈타 기회 노려
ⓒ컨슈머데이터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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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데이터뉴스 이혜진 기자] 일본 정부가 내달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도 자국 산업에 미칠 '부메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0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핵심 소재의 수입처를 중국으로 대체할 경우 일본 산업계도 한국 시장을 중국에 빼앗겨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한국 기업은 (일본산 소재의) 대체품을 찾고 있고, 그 유력 후보가 중국"이라며 "수출(규제) 문제로 어부지리를 얻은 중국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의 지배력을 높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외교적 갈등으로 일본기업으로부터 성능이 좋은 소재·부품을 공급받아 한국기업이 첨단제품인 반도체를 만들어 판매하는 효율적인 분업 체제가 무너지면서 결과적으로 중국기업들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본 산업계는 과거 한국이 '전지용 흑연' 수입 공급처를 중국으로 옮겼던 전례(前例)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에 들어가는 음극재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실제 한국은 2008년 전지용 흑연 수입의 90.8%를 일본에 의지했지만 중국이 전지용 흑연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격이 싼 중국산 수입을 늘렸다. 그 결과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지용 흑연의 점유율은 2018년 79.8%까지 높아졌고 일본산의 비중은 12.8%로 낮아졌다.

닛케이는 반도체 공정에 따른 한국의 일본산 제품 의존도를 상세히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실리콘 웨이퍼에 박막을 증착하며 회로를 전사, 불필요한 막을 제거해 완성된 반도체를 패키징하기까지 반도체 전 공정에서 일본산 제품이 사용된다. 실\리콘 웨이퍼는 실리콘(규소)을 슬라이스한 것으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반도체의 핵심 소재다. 

실리콘 웨이퍼의 순도는 99.999999999%이상이며 실리콘 웨이퍼를 잠실야구장 정도의 크기로 확대하더라도 고저 차가 머리카락 한 올 차이에 그칠 정도로 높이가 균일해야 한다.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의 신에츠화학공업과 섬코(SUMCO)가 세계 점유율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우리나라가 수입한 실리콘 웨이퍼에서 일본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2.8%이다.

절연성의 박막을 겹쳐 도포할 때 쓰이는 레지스트(감광제) 역시 JSR이나 도쿄오우카공업,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 기업 제품이 2018년 기준 93.2%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레지스트를 웨이퍼에 균등하게 도포하는 장치 역시 일본 의존율이 98.7%이다. 레지스트 도포장치는 도쿄일렉트론이 세계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지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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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설계도'인 포토마스크는 블랭크 마스크(석영유리기판)에 크롬 등 차광막을 도포해 만든다. 포토마스크과 블랭크 마스크의 일본산 의존율은 2018년 기준 74.6%, 6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때 빛을 조사하는 스테퍼(노광장치)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다. 스테퍼는 네덜란드계 기업인 ASML이 세계 최대 기업이지만 일본산 비율 역시 20.1%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 4일부터 일본의 수출 심사 강화 대상에 오른 고순도 불화수소는 회로의 패턴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만 깎아내는 식각공정에 쓰인다. 불산 액체를 사용하는 습식 식각(웨트에칭)과 4불화 메탄가스를 사용하는 건식 식각(드라이에칭)이 있는데 웨트에칭 쪽은 일본의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공업이 큰 손이다.

드라이에칭 장치에서는 미국기업인 램 리서치와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드라이에칭 장치의 일본 의존율은 38.0%에 불과하지만, 수입액은 30억 1623만달러로 규모가 큰 편이다. 질화막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안산은 일본의 라사공업과 일본화학공업, 린카화학공업 등 일본 기업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의 인산에 대한 일본산 의존율은 95.9%에 달한다. 스프레이식 세정장치 역시 93.0%를 차지했다.

반도체칩을 습도나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패키징 공정에 쓰이는 에폭시수지 역시 일본산 의존율이 87.4%에 달한다. 스미토모 베이클라이트, 히타치 화성 등이 취급하고 있다. 웨이퍼에서 칩을 분리하는 다이싱 장치는 디스코나 도쿄 정밀 등 일본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자랑한다. 다이싱 장치가 2018년 기준 한국의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7%였다.

닛케이는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연합을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2000년 일본이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1년만 하더라도 매출 기준 세계 8위였던 삼성전자는 1위로 올라왔다.

순위권 조차 아니었던 SK하이닉스는 3위로 올라섰다. 반면 2위였던 도시바는 경영난에 빠졌고 반도체 사업부가 도시바메모리로 분리돼 8위권에 머물렀다. 2001년까지만 하더라도 10위권에 들었던 NEC(6위), 히타치제작소(10위)는 아예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반도체 산업이 무너진 가운데 갈 곳을 잃은 일본 반도체 소재·장치를 받아준 것이 한국기업이다. 닛케이는 "새로운 탑러너(Top runner)가 이웃나라에 나타나면서 일본 영업맨들의 "한국 참배"가 이어졌다"고 표현했다.

그 뒤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그 수혜를 입어온 것이 일본 반도체 소재·장치 산업이다. 2017년 기준 전체 반도체 장치 수출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차지한다. 소재산업에서도 한국은 대만에 이어 제2위(16.8%)의 큰 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닛케이는 큰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일본 반도체 소재·장치 기업이 생산거점을 한국이나 제3국으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고품질 첨단 제품으로 경쟁력을 키워온 한국은 일본산 제품이 다른 나라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기꺼이 값을 지불하는 큰 손이었기 때문이다.

ⓒ컨슈머데이터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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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공급사슬망을 흔드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일본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중국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중국이 만든 대체품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소재는 일본산 제품에 비하면 수율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일본산 제품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굴기를 앞세우며 반도체 생산능력을 전 공정에서 육성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가 되는 광물자원 등도 풍부하며 특히 불화수소의 원재료인 형석은 세계 생산의 60%이 중국산이다.

한번 공급망이 자리잡으면 좀처럼 파고들기 어려운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분열은 중국기업에게는 틈을 파고 들 호재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 분석가인 마크 뉴먼은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개발하려고 하는 중국에만 이득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점유율을 차지하는 인텔은 올해 인공지능(AI), 칩 디자인 관련 분야에 1억 17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텔은 물론 마이크론, 브로드컴, 퀄컴 미국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도 "일본의 조치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을 억제하고 혼란을 야기하겠지만, 결국 중국에 새로운 무역 개척지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소재산업단체 ‘전자화공신소재산업연맹’은 산둥성 빈저우시에 위치한 화학기업 '방훠그룹'(浜化集團)이 "불화수소산"을 한국으로부터 수주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산업 분석가인 마크 뉴먼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에서 소재를 수입하면 세계 반도체 생산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라며 "중국이 가장 큰 반사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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