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 하자로 주인한테 전화? 꿈도 못 꿉니다"
[부동산+] "집 하자로 주인한테 전화? 꿈도 못 꿉니다"
  • 박서준 기자
  • 승인 2019.12.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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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로 내몰린 2030, 집주인 갑질에 '끙끙'

ⓒ컨슈머데이터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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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데이터뉴스 박서준 기자] 27세 청년 A씨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열심히 돈을 모았다. 신문 배달부터 일명 노가다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가 악착같이 돈을 모은 이유는 작더라도 내 집을 마련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30대가 돼서는 절대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A씨는 7년간 열심히 모은 돈 4000만 원에 청년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서울에 조그만한 빌라 한 채를 전세계약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2년 후 산산조각났다. 계약기간이 만료됐으나 집주인은 A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집주인은 자신의 사체를 갚는데 그 돈을 다 써버렸다. A씨 이외에도 이미 3~4명의 임차인이 피해를 입었다. 총 금액은 4~5억에 달했다.

처음엔 어떻게든 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건 세입자의 권리가 아닌 집주인의 권리였다. 세입자가 당한 사기, 전세금 몇푼 쯤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집주인의 사기 혐의를 입증해 민사소송을 걸 수는 있겠으나,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어려워보입니다." 그가 못 받은 전세금을 되찾기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닌 결과 들을 수 있었던 최선의 조언이었다.

29세 이하 청년의 80%는 평균 20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0만 원 이상 버는 상위 20% 청년들은 자신의 소득 중 9.2%를 저축했다. 서울 중위 가격 아파트가 9월 기준 8억7000만 원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해당 집을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00개월, 연으로 따지면 400년이다. 나머지 80%의 청년들은 말 할 것도 없다. 사실상 상속 여부가 주택 소유 여부를 판가름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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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은 반전세나 월세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도 청년들은 절대적인 '을'이었다. 대학생 B씨는 "서울에서 조건에 맞는 저렴한 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전세 4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짜리 지금 살고있는 집도 몇 달간 헤메다가 겨우 찾아낸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집주인 잘 못 만나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친구들이 많아서 집에 하자가 생기고 곰팡이가 피어도 집주인에게 항의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권지웅 이사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청년세대 부동산 불평등 문제 토론회'에서 "청년은 자가주택은 커녕 높은 보증금으로 양질의 전월세 주택을 마련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대한민국 임대 시장에서 집주인 연락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집 값을 올려달라거나 계약 종료를 통보하는게 대다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월세 주택으로 내몰린 2030 청년 세대들은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철저하게 을의 위치에 있다"며 "예를들면 현 주택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확정일자부여기관에 선순위 전세 세입자가 언제 들어갔는지, 얼마에 계약했는지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엔 조건이 붙어있다.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확정일자부여기관에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잇는 것이다. 몇 천만원이 오가는 전세 계약에서 세입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입자의 현실을 이해하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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