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N insight] 현금 없는 스웨덴, '디지털 디바이드'에 빠지다
[CDN insight] 현금 없는 스웨덴, '디지털 디바이드'에 빠지다
  • 김희주 기자
  • 승인 2020.01.19 10: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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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결제 관련 부정적 연관어…'어렵다' '위험' '안되다'

[컨슈머데이터뉴스 김희주 기자] 스웨덴 남부지역 크리스티안스타드에 거주중인 토티로 넬리(70)씨는 종종 대량의 현금이 필요할 때면 40분간 기차를 타고 인근 도시인 말뫼로 이동한다. 집 근처 현금을 취급하는 은행 지점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70대 나이로 장시간 이동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에겐 선택권이 없다. 넬리 씨는 "현금에 익숙한 나같은 노인들은 '현금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스웨덴이 제로 금리 장기화로 '현금 없는 사회'를 외친 가운데, 디지털 금융 기술을 따라가야 하는 고령층 등 특정계층의 소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명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기술 격차)'가 나타난 것이다. 통상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시중에 풀린 돈이 생산적인 경로로 흐르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인해 제로금리를 겪은 몇몇 국가들은 현금없는 사회를 장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침 금융 간 결합인 핀테크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현금없는 사회 도래를 앞당겼다.

1일 텔레그래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현금 없는 사회'를 목표로 세운 스웨덴에선 소매점이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 대중교통은 현금 결제를 중단했으며, 성당, 교회 헌금이나 심지어 길거리 구걸까지도 모바일 결제 등으로 이뤄진다. 스웨덴 현금 사용률은 2016년 기준 1.4%에 불과하고, 전체 1600개 은행 지점 가운데 900곳은 현금 취급을 하지 않고있다.

수천 명의 스웨덴 시민들은 엄지와 검지 사이 손등 표면에 마이크로 칩을 심었다. 물건을 살 때나 음식값을 지불할 때, 열차를 탑승할 때 디지털 리더기에 손등만 갖다대면 자동 결제가 이뤄진다. 칩에는 결제 정보들이 담겨있어 현금, 스마트폰, 신용카드 등이 필요없다. 시대가 이처럼 발빠르게 변화하자 핀테크 등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기본적인 결제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고 한다. 넬리 씨는 "전통시장에서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카드결제만 가능하다보니, 아내를 비롯한 친구들 대부분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위해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손에 칩을 심은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손에 칩을 심은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이같은 문제는 비단 고령층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다. 빈곤층이나 중고등학생은 기초 자본과 신용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다. 간편 결제에 이용되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도 비싼 가격에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한 스웨덴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스웨덴이 빠르게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현금 사용 권한을 잃어버렸고 일상 생활에서 고통을 겪고있다"고 했다. 

현금만 가지고 있던 한 관광객은 쿵칼 호텔 등 스웨덴 유명 호텔에 머물렀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투숙객이 바에서 맥주를 마신 뒤 디지털 결제를 하지 못해 난처한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부의장인 얀 앤더슨은 "스웨덴 남서부 헬싱보리에서 현금을 찾으려고 했더니 64km나 떨어진 말뫼로 가라고 하더라"라며 "주위에 현금자동출금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전자결제'에 대한 긍부정 키워드 분석. '빠르다' '좋다' '간편' '편리' 등 긍정적인 반응이 59% 이어진 가운데, '안되다' '위험' '어렵다' '부담' 등 부정적인 반응도 40%로 있었다. ⓒ펄스K
'전자결제'에 대한 긍부정 키워드 분석. '빠르다' '좋다' '간편' '편리' 등 긍정적인 반응이 59% 이어진 가운데, '안되다' '위험' '어렵다' '부담' 등 부정적인 반응도 40%로 있었다. ⓒ펄스K

상황이 이렇자 일부 시민단체들 '현금을 지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디지털화에 밀려난 현금을 되찾기 위해 외치는 것만은 아니었다. IT 결함에 따른 해킹 등의 위협에서도 우려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디지털화 된 지불 시스템은 빈틈이 조금만 발생해도 대형 금융 사고로 번질 수 있다. 또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해나 정전이 발생해 통신시설이 먹통될 경우 나라 전체의 거래가 중단되는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게 된다.

국내 최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2018년 4월 3곳에 불과하던 현금 없는 매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810곳으로 폭증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현금 결제를 원하면 현금을 받고 있다'고 했다. 현금 없는 사회는 잔돈을 계산하거나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투명한 과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앞선 스웨덴의 사례처럼 자칫 개인의 돈 흐름이 감시·통제되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해보인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금 없는 사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며 "보편적인 결제 수단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사전 대책을 허술하게 해놓고 '현금 없는 사회'로 섣불리 진입하다보면 부작용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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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 2020-01-02 13:02:46
다 장단점이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