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C), CEO 거버넌스 리스크와 인도 확장 전략의 기로에서 맞이하는 12월 15일 증시
2025년 12월 15일 월요일 미국 증시 개장을 앞두고 인텔(Intel)의 주가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금요일 반도체 섹터 전반을 강타한 ‘AI 거품론’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텔 주가는 전장 대비 약 4.3% 하락한 37.81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급락과 동조화된 이러한 흐름은 인텔이 현재 시장 위험 선호도와 반도체 센티먼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베타(High-beta)’ 성격의 턴어라운드 주식임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주 시장 참여자들은 인텔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립부 탄(Lip-Bu Tan) CEO를 둘러싼 거버넌스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인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이 주가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CEO 이해상충 논란과 대중국 제재 관련 리스크 부상
투자자들의 심리를 가장 크게 압박하는 요인은 경영진을 둘러싼 거버넌스 불확실성이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현재 AI 칩 스타트업인 삼바노바 시스템즈(SambaNova Systems)를 부채 포함 약 16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립부 탄 CEO가 과거 삼바노바의 의장직을 역임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사회가 탄 CEO의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인텔 내부에서는 탄 CEO가 리보스(Rivos) 등 특정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이는 기업 가치 평가에 있어 ‘거버넌스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공급망 리스크 또한 불거졌다. 인텔이 중국과 깊은 연관이 있는 캘리포니아 소재 공급사 ACM 리서치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테스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인텔 측은 해당 장비가 실제 생산 공정에는 투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미국 정부가 인텔의 주요 주주이자 반도체 지원법의 핵심 수혜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단순한 부품 테스트 이상의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이 장비들이 인텔의 차세대 1.4나노급 공정인 ’14A’에 잠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관측은 향후 로드맵 실행에 있어 규제 당국의 감시를 강화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인도 시장을 향한 공격적 행보와 글로벌 파트너십
이러한 내부적 잡음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글로벌 생산 거점 다변화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인도가 그 중심에 있다. 인텔은 타타 그룹(Tata Group)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구자라트의 팹(Fab) 및 아삼 지역의 조립·테스트(OSAT) 시설 구축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생산을 넘어 인도 내 소비자 및 기업 시장을 위한 AI PC 솔루션을 확장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월 8일 체결된 양해각서(MOU)는 인텔이 제품 수요와 제조 생태계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현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행보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동에서도 재확인되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함께 모디 총리를 만난 립부 탄 CEO는 인도의 AI 및 반도체 야망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인텔 혼자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아마존은 2030년까지 인도에 350억 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베트남의 빈그룹(Vingroup)과 빈패스트(VinFast) 역시 각각 30억 달러와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코닝(Corning)과 옵티머스 인프라콤이 타밀나두에 고릴라 글라스 마감 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텔 역시 이 거대한 흐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패키징 역량 강화와 제조 로드맵의 지속성
인텔의 공급망 전략은 인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텔은 말레이시아의 조립 및 테스트 운영을 위해 약 8억 6천만 링깃(약 2억 800만 달러)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AI 시대에 접어들며 첨단 패키징 능력이 칩 성능과 출하량을 좌우하는 핵심 병목 구간으로 떠오른 만큼, 후공정 역량 강화는 필수적인 선택이다. 이는 나비타스(Navitas)와 사이언트(Cyient)가 인도 내 질화갈륨(GaN) 생태계를 구축하고, 인도 정부가 국영 반도체 연구소를 성숙 공정 팹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가 얼마나 치열하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12월 15일 장이 열리면 시장은 인텔이 직면한 두 가지 상반된 재료를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한쪽에는 CEO의 이해상충 문제와 대중국 제재 관련 리스크가 주는 하방 압력이, 다른 한쪽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제조 생태계 구축이라는 장기적 성장 동력이 놓여 있다. 인텔이 거버넌스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조 로드맵을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