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속 요동치는 미국 증시와 사상 최고치 경신하는 금값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는 장 초반 급락세를 딛고 상승 마감했으나, 시장의 불안정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전례 없는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역 갈등 우려를 딛고 반등한 미국 증시
미-중 무역 긴장은 개장 초 미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주요 지수들은 1% 이상 하락하며 거래를 시작했으나, 장중 회복세를 보이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장중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고 6650포인트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한때 500포인트 이상 급락했으나, 결국 0.4% 상승한 46,263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 초반 2% 가까이 하락한 후 낙폭을 줄여 0.4% 내린 22,590포인트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러한 변동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위협했으나,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며 시장을 진정시키는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이 발언은 월요일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격화되는 양국 갈등과 새로운 불안 요소
그러나 미국의 고위 관계자가 다시 중국을 비판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재차 커졌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자국의 취약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다른 모든 국가를 자신들과 함께 끌어내리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역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무역 및 관세 전쟁에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싸워야 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발표하며 양보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전례 없는 금값 랠리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
이처럼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되자,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금 가격은 사상 유례없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0월 초, 금 가격은 온스당 4,000달러라는 상징적인 가격을 돌파했습니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만 금의 가치는 26% 상승했으며, 최근 두 달 동안 20%의 추가 급등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인플레이션,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정치 상황과 같은 현재의 위기 속에서 투자자와 각국 은행들이 금을 신뢰할 수 있는 피난처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화와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금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금값 폭등의 복합적 요인
데카방크(DekaBank)의 마르코 슈바르츠바흐 전문가는 최근의 금값 랠리가 지난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슈바르츠바흐는 “첫째,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을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같은 지정학적 불안이 안전자산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도 금 투자에 가세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금 가격을 지지하는 강력한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고, 이는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전략적 금 매입과 외환보유고 다변화
금 시장의 또 다른 핵심 주체는 중국입니다. 슈바르츠바흐는 “2023년부터 시작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추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것이 강력한 가격 상승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하며, 금의 강력한 수요처로 부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년간 각국 중앙은행들은 매년 1,000톤 이상의 금을 순매수했으며, 특히 중국이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포커스’지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금 보유량은 2,300톤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동결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금값 랠리의 지속 가능성
현재의 기록적인 상승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곧 터질지 모를 거품인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마르코 슈바르츠바흐는 당분간 금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매입, 지속되는 지정학적 불안,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이 여전히 금 가격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