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7월 2025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여는 열쇠, 산업과 니켈

과거의 고요에서 산업의 심장으로

한때 조용하고 개발에서 소외됐던 모로왈리와 할마헤라 지역이 지금은 산업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은 인도네시아가 세계 니켈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장 굴뚝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와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 속에는,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이들, 생계를 이 산업에 걸고 있는 가족들, 그리고 인프라 발전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마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청정 에너지 시대의 핵심 자원, 니켈

한때 원광 상태로만 수출되던 니켈이 이제는 국가 산업 고도화 전략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니켈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기차 및 청정 에너지 생태계 구축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까지도 세계 니켈 생산량의 대부분은 스테인리스 강 생산에 사용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켈 수요 또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광산협회(IMA)의 헨드라 시나디아(Hendra Sinadia) 전무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가 바로 니켈”이라며 니켈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산업 변화

광산 및 에너지 분석가 페르디 하시만(Ferdy Hasiman)은 니켈 산업이 가져온 지역 경제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적했던 지역이 이제는 사람들로 붐빈다”며 산업 유입이 실제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변화를 프리포트 광산의 입주로 성장한 그레식(Gresik) 지역과 비교하며, 인도네시아의 산업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설명했다.

세계 니켈 생산의 63%를 장악한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니켈채굴협회(APN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현재 세계 니켈 시장의 63%를 생산하며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APNI 사무총장 메이디 카트린 렝키(Meidy Katrin Lengkey)는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해왔고, 그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생산량의 50%를 초과하였으며, 2023년에는 31%, 2024년에는 16%의 초과 공급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세계 니켈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됐고, 가격 하락이 이어졌다.

공급 과잉이 부른 가격 하락

2023~2024년 동안 세계 니켈 가격이 하락한 배경에는 인도네시아발 공급 과잉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메이디는 “전 세계 니켈 수요보다 50만 톤 이상 많은 공급이 이뤄졌고, 그 대부분이 인도네시아에서 비롯됐다”며 “이런 초과 공급이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은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채굴이 아직 지하가 아닌 노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빠른 성장, 그 이면의 과제

메이디는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의 하류 공정(다운스트림) 성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지만, 이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이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캐나다, 브라질 등지의 지하광산을 예로 들며, 인도네시아와 달리 높은 비용과 복잡한 공정을 감수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산업은 적이 아니라 미래의 동반자

결국, 산업은 인도네시아의 적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갈 동반자다. 니켈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는 단순한 자원 수출국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글로벌 청정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입지를 강화하는 이 변화는 단순한 개발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