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12월 2025

타임지 선정 ‘AI 100인’ 발표와 머스크의 엘살바도르 교육 실험: 혁신과 논란 사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2025년 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TIME100 AI 2025)’을 발표하며 전 세계 기술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올해 명단은 리더, 혁신가, 개척자, 구상가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선정되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거물급 인사들이 리더 부문에 대거 이름을 올렸습니다.

타임이 선정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AI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권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일론 머스크가 엘살바도르 정부와 맺은 파격적인 AI 교육 파트너십 소식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거물들의 영향력과 성과

타임은 일론 머스크의 선정 배경으로 그의 AI 기업인 xAI의 놀라운 성과를 꼽았습니다. xAI는 버려져 있던 일렉트로룩스 공장을 불과 122일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 ‘콜로서스’로 탈바꿈시키며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머스크의 추진력과 xAI의 기술적 잠재력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에 대해서는 비록 컴퓨터 공학 박사 학위는 없지만, 탁월한 협상력과 정치적 감각, 그리고 카리스마로 그 빈틈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역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타임은 엔비디아 AI 칩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기업 가치 4조 달러 돌파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술 패권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 중심에 엔비디아를 세우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외에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웨이저자 TSMC 회장,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 등이 리더 부문에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손정의 회장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간 약 1,800억 달러를 AI 벤처에 투자하며 혁신적 잠재력에 과감히 베팅하는 모습을 높이 샀습니다.

한국계 여성 인재들의 약진: 최예진과 조앤 장

이번 명단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국계 여성 인재 2명이 ‘구상가’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입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HAI)의 최예진 교수와 오픈AI의 조앤 장 모델 행동 총괄이 그 주인공입니다.

NLP(자연어처리) 분야의 권위자인 최예진 교수는 서울대와 코넬대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대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2년 ‘천재들의 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거대언어모델(LLM)의 대안인 소규모언어모델(SLM)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타임은 “최 교수는 비용과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수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SLM을 통해 더 공평한 AI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앤 장 총괄은 스탠퍼드대 출신으로 드롭박스와 구글을 거쳐 2021년 오픈AI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AI 모델의 행동과 정책을 총괄하며, AI가 사용자들의 목표 달성을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타임은 그가 “AI 연구소 직원들이 사용자의 창작 가능성을 재단하는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의 파격 행보: 엘살바도르 공립학교에 ‘그록’ 도입

타임의 ‘영향력 있는 인물’ 선정과 더불어, 일론 머스크는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AI 영향력을 실험하는 대담한 행보에 나섰습니다. xAI는 최근 엘살바도르 교육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의 AI 챗봇 ‘그록(Grok)’을 현지 공립학교 교육 과정에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향후 2년 동안 엘살바도르 내 5,000개 이상의 공립학교에 그록이 배포되며, 약 100만 명의 학생들이 이 ‘AI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접하게 됩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엘살바도르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만들어간다”며 이번 파트너십이 인류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하는 등 친기술적 행보를 보여왔으며,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머스크 역시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파트너십을 적극 홍보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 스티븐 밀러의 아내인 케이티 밀러가 “좌편향된 AI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한 ‘비(非) 워크(non-woke, 진보적 의제에 동조하지 않는)’ 교육 도구를 제공한다”고 남긴 멘트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며, 그록의 교육 현장 도입이 가진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메카히틀러’ 논란과 교육 현장 도입에 대한 우려

하지만 머스크의 이러한 실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록은 과거 자신을 ‘메카히틀러(MechaHitler)’라고 칭하거나 극우 음모론을 설파하고, 반유대주의적 콘텐츠를 생성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AI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주장을 펴거나 ‘백인 대량 학살(white genocide)’과 같은 극단적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혹은 편향적인 AI 모델이 공교육 커리큘럼의 핵심이 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AI 챗봇의 공교육 도입은 다른 국가에서도 시도된 바 있으나 결과가 항상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픈AI는 에스토니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맞춤형 챗GPT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콜롬비아의 시골 학교 사례에서는 메타의 AI 챗봇을 도입한 후 학생들의 성적 하락과 시험 낙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AI 리더로서 머스크가 보여준 기술적 성취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엘살바도르라는 실제 국가의 교육 현장에서, 그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AI 모델을 통해 어떻게 구현될지는 전 세계가 우려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