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업계 지각변동] 美 초대형 합병 추진부터 韓 실속형 비즈니스석 혁신까지
최근 글로벌 항공 시장은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매머드급 항공사를 탄생시킬지도 모를 초대형 합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대편 아시아 지역에서는 덩치를 키우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좌석을 도입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시장을 장악하려는 거대 항공사의 합병 시도와 실용성을 내세운 저비용 항공사(LCC)의 서비스 혁신이 전 세계 항공업계의 판도를 동시에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항공업계를 뒤흔드는 메가 머저(Mega-Merger) 구상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에 본사를 둔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아메리칸항공과의 합병 아이디어를 타진했다. 두 항공사가 실제 공식적인 인수합병 절차에 돌입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만약 이 구상이 현실화되어 규제 당국의 승인까지 얻게 된다면, 미국 전체 항공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독식하는 세계 1위 규모의 항공사가 탄생하며 기존의 경쟁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만난 여행객 스티브 니드 씨는 경쟁 감소로 인한 항공권 가격 상승과 좌석 부족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달리 자비에르 헤일 씨는 복잡한 항공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양사 직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며 합병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측은 공식적인 논평을 거부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거대한 합병안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분석한다. 드폴 대학교의 항공 전문가 조 슈위터먼은 사전 정지 작업 없이 불쑥 튀어나온 이 도발적인 제안이 거센 반발에 직면해 험난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카고 대학교 로스쿨의 랜디 피커 교수 역시 최근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합병 시도가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무산된 사례를 짚으며, 미국 내 4대 메이저 항공사 중 두 곳이 합병을 추진한다는 발상 자체가 독점 규제 측면에서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합리적 럭셔리의 등장, 파라타항공 ‘비즈니스 스마트석’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이 몸집 불리기를 통해 경쟁력을 모색하는 동안, 국내 항공 시장에서는 고객의 실질적인 체감 가치를 높인 ‘가성비 프리미엄’ 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과거 장거리 비행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비즈니스석이 LCC를 중심으로 중·단거리 노선에 속속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9월 첫 취항에 나선 파라타항공은 일본 나리타와 베트남 푸꾸옥 노선에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를 도입하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형항공사(FSC) 비즈니스석의 값비싼 문턱은 대폭 낮추면서도 핵심적인 편안함은 그대로 살려 여행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 21일 인천발 나리타행 비행편에 직접 탑승해 그 수준을 확인해 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80도로 완전히 눕혀지는 풀플랫(Full-flat) 시트였다. 총 18석 규모로 조성된 이 좌석은 앞뒤 간격이 일반석의 두 배가 넘는 74인치(약 188cm)에 달했고, 너비 역시 21인치(약 53cm)로 넉넉했다. 일본으로 가는 1시간 40분, 돌아오는 2시간 3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 동안에도 온전히 누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강점이었다.
군더더기 뺀 실속형 서비스와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
파라타항공의 비즈니스 스마트석은 불필요한 거품을 걷어낸 실속형 좌석에 가깝다. 비행시간이 짧은 만큼 화려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과감히 생략했다. 대신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인천공항 스카이허브 라운지 이용, 전용 체크인 카운터, 우선 탑승, 일본 공항 내 패스트트랙 등 쾌적한 여행에 필수적인 동선 혜택을 꼼꼼히 챙겼다. 기내에서는 전담 승무원이 외투 보관부터 좌석 기능 안내까지 섬세하게 전담한다.
비용 측면에서의 매력도 상당하다. 평일 왕복 기준 60만 원대, 주말 70만 원대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통상 80만~90만 원에 육박하는 대형 항공사 동일 노선 비즈니스석보다 20만 원가량 저렴하다. 최근 55만 원 선에 거래되는 대한항공 인천~나리타 이코노미석 요금을 감안하면 그 가성비는 더욱 돋보인다. 파라타항공은 오는 3월 28일까지 일반석 승객이 약 10만 원만 추가하면 비즈니스 스마트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기내식의 완성도 역시 훌륭했다. 호텔 셰프와 협업해 만든 샐러드, 메인 요리, 디저트가 ‘한상차림’으로 정갈하게 제공된다. 샴페인, 와인, 탄산수 외에도 파라타항공 고유의 시그니처 음료인 ‘피치 온 보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전담 승무원이 승객의 식사 속도에 맞춰 수시로 음료를 채워주었다. 어메니티는 슬리퍼, 칫솔 세트, 요청 시 제공되는 담요 등 꼭 필요한 물품으로만 간결하게 구성되었다.
이러한 서비스의 변화는 비즈니스석을 찾는 승객의 얼굴도 바꿔놓고 있다. 대형 항공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 파라타항공으로 자리를 옮긴 9년 차 마수지(38) 승무원은 “과거에는 비싼 가격과 정형화된 서비스 탓에 출장을 가는 특정 연령층이 주로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며, “최근에는 부모님께 편안한 비행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 가족 단위 승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