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6월 2026

연말 귀금속 시장의 기이한 폭주: 매파적 연준에도 꺾이지 않는 은·백금 랠리

연말 얇은 호가창을 뚫고 귀금속 시장이 그야말로 불을 뿜고 있다. 특히 은과 백금의 기세가 무섭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은 선물은 하루 만에 7.7% 뛰어오르며 온스당 77.20달러에 마감했고, 장중 현물 가격은 77.40달러까지 치솟아 종전 사상 최고치를 시원하게 갈아치웠다. 백금 현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9.8%라는 경이로운 폭등세를 연출하며 온스당 2,437.72달러로 역사적 고점을 새로 썼다. 금 2월물 선물 또한 1.1% 상승한 4,552.70달러에 안착하며 랠리에 동참했다. 제이너 메탈스의 피터 그랜트 선임 전략가는 거래량이 마르는 연말 특유의 변동성 장세에 2026년 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과 달러 약세, 잦아들지 않는 지정학적 긴장이 기름을 부었다고 진단했다. 차익 실현 물량이 언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구간이지만, 매수세의 힘이 워낙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펀더멘털을 조금만 뜯어봐도 지금의 거시 환경이 귀금속에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당장 이번 주 시장을 흔든 주요 재료들은 오히려 하방 압력에 가까웠다. 미국과 이란이 전격적으로 임시 휴전 협정에 서명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리스크가 걷혔고,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유가는 뚝 떨어졌다.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주면 통상 금값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여기에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 운영 전반을 들여다볼 태스크포스 출범을 예고하는 등 목표치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CME 페드워치가 12월 금리 인상 확률을 84%로 높게 점치고 있고 달러 인덱스마저 0.5% 오르며 강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 수익이 없는 금이 버티기엔 꽤나 팍팍한 환경이다.

실제로 금값은 주중 내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극심한 혼조세를 보였다. 수요일 1.7% 밀렸던 금 현물은 목요일 유가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에 힘입어 간신히 0.2% 반등한 4,264.67달러에 턱걸이했다. 반면 미 금 선물은 2.2%나 빠지며 4,284.00달러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바이비트의 한 탄 수석 시장 분석가는 강세론자들이 미·이란 휴전이라는 재료에서 어떻게든 추가 상승의 여지를 쥐어짜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가 상단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2026년 하반기 금값이 5,000달러 선을 탈환하기보다는 오히려 4,000달러 붕괴를 테스트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꽤나 냉소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처럼 엇갈리는 지표와 전망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밑에서부터 떠받치는 진짜 원동력은 펀더멘털 이면의 수급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ANZ 은행의 분석처럼 현재 귀금속 시장은 ETF 자금 유출과 포지션 축소 등 금융 투자 수요 측면에서는 다소 힘이 빠진 상태가 맞다. 하지만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지역의 막대한 실물 수요와 각국 중앙은행들의 지칠 줄 모르는 금 사재기가 견고한 하방 지지선을 구축해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12월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가 발목을 잡을 수 있겠지만, 큰 손들은 이미 그 너머의 금리 인하 사이클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정학적 불씨를 묵묵히 프라이싱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매크로 지표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엇박자, 그것이 지금 연말 귀금속 시장이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