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5월 2026

챗GPT 천하가 저물고 있다: ‘검색 제왕’을 노리는 퍼플렉시티와 다극화되는 AI 생태계

한때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오픈AI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다. 인공지능 챗봇 시장이 유례없는 격전지로 변모하면서, 챗GPT의 트래픽 점유율이 역대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스탯카운터(Statcounter)의 2026년 4월 데이터에 따르면 AI 챗봇 유입량에서 챗GPT가 차지하는 비중은 76.85%를 기록했다. 여전히 압도적인 1위이긴 하지만, 불과 1년 전 84%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지각변동의 이면에는 이른바 ‘QuitGPT(챗GPT 탈퇴)’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가 미 국방부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망한 유저들이 대거 대안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그 반사이익으로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는 3월 한때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며 주간 3.6%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현재는 급등세가 진정되며 2.66%에 안착했지만, 연초 0.92%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스탯카운터의 에이단 컬런 CEO의 분석처럼, 뉴스 이슈에 따라 유저들이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이처럼 AI 시장이 새로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구글과 같은 거인부터 기민한 스타트업까지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자사의 검색엔진부터 안드로이드, 워크스페이스까지 생태계 전반에 AI를 촘촘히 엮어낸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는 9%라는 역대 최고 점유율로 2개월 연속 2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목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고 있는 씬의 ‘수퍼 루키’는 단연 퍼플렉시티(Perplexity)다. 하락장을 딛고 반등에 성공해 지난달 7.73%의 점유율을 꿰찬 이 기업은, 창업 2년도 채 안 돼 유니콘 반열에 오르며 차세대 ‘검색의 제왕’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올해 서른한 살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는 현재의 검색 패러다임 자체가 수명을 다했다고 단언한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검색이란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고 관련 웹사이트 링크를 주르륵 나열 받는 일에 불과했다”며, “우리는 앞으로 10년 동안 검색의 정의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의 자신감은 퍼플렉시티만의 독보적인 ‘출처 표기’ 메커니즘에서 나온다. 기존 AI 챗봇들이 그럴싸한 거짓말을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으로 신뢰도 위기를 겪을 때, 퍼플렉시티는 여러 온라인 연합군을 동원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찾고 그 근거가 되는 출처를 투명하게 명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유저가 직접 답변의 진위를 검증하고 검색의 주도권을 쥐게 만든 것이다. 스리니바스 CEO는 이 방식이 알고리즘 편향이나 ‘반향실 효과(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수용하는 현상)’를 깨부수고 의견의 양극화를 줄이는 데에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기존 매체들의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우존스, 뉴욕포스트 등은 퍼플렉시티가 유저들로 하여금 매체 홈페이지에 접속할 유인을 없애 미디어 업계를 고사시킨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퍼플렉시티 측은 누군가의 콘텐츠를 도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답변 생성 과정에서 정당하게 ‘활용’하는 것이며, 광고 수익 분배 프로그램을 통해 언론사의 기여를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가 광고 계약을 맺으면, 운동화 추천을 묻는 유저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나이키 제품을 노출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퍼플렉시티가 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또 다른 이유는 폐쇄적인 생태계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체 개발 모델과 오픈AI의 GPT-3.5를 쓰는 무료 버전을 넘어, 월 20달러의 유료 버전에선 그야말로 ‘첨단 AI 뷔페’를 제공한다. 유저들은 필요에 따라 GPT-4o, o3-미니, 일론 머스크의 그록(Grok)-2 등을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글로벌 테크계를 충격에 빠뜨린 중국산 AI ‘딥시크(DeepSeek)’의 발 빠른 도입이다. 개발비가 GPT-4의 18분의 1 수준(약 557만 달러)에 불과한 딥시크의 R1 모델을 과감히 유료 버전에 탑재했다. 스리니바스 CEO는 “오픈AI 모델 대비 이용료가 2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생각의 사슬(Chain of Thought)’ 추론 능력이 탁월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델의 덩치를 줄였음에도 속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오픈소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향후 기업 맞춤형 수정이 용이하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퍼플렉시티의 월간 검색량은 약 4억 3000만 건. 2,550억 건에 달하는 ‘검색 공룡’ 구글에 비하면 0.17%에 불과한 다윗 수준이지만, 전년도 평균(4100만 건) 대비 1년 만에 10배 이상 수직 상승한 폭발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제 시장의 규칙은 완전히 바뀌었다. 챗GPT의 지배력은 서서히 마모되고 있으며,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코파일럿, 클로드 등 신흥 강자들이 차지한 파이의 합은 이미 전체 레퍼럴 시장의 23%를 넘어섰다. 이는 웹사이트 소유자나 디지털 마케터들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던진다. 더 이상 챗GPT 하나만을 바라보는 단편적인 최적화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다양한 플랫폼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가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 절대 권력이 사라진 다극화의 전장에서, 차세대 왕좌를 향한 진검승부는 이제 막 막을 올렸다.